킥보드는 나쁜 놈입니다만?

2022. 7. 18. 08:58브랜드문화 BRAND│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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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보드는 나쁜 이동 운송수단이다. 두명이 탑승하여 정상주행하는 자동차를 향해 돌진하고, 시야확보 안된 골목을 전력질주하고, 고속으로 인도를 달리는 킥보드에 대한 언론 노출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좋은 이미지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동킥보드가 무조건 나쁜 놈일까?

 

따릉이도, 자전거도, 자동차도 싫고 땀은 흘리기 싫은데 주변 마실나가고 싶을 때 전동킥보드는 꽤 괜찮은 옵션이다. 사진은 나인봇 맥스 g30

 

킥보드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다. 

1917년 우체부가 사용하던 킥보드. 당시 오토패드라는 브랜드로 생산되었다가 판매부진 및 사회적 문제로 중단됐다. 디자인은 더 멋진듯? 이미지 ⓒ조선bike

 

가장 현대적 전동킥보드와 비슷한 스타일의 킥보드는 1915년 미국 오토패드라는 회사에서 제작한 전동킥보드이다. 생각보다 "오래된 아이디어"임을 알 수 있고, 반대로는 당시 시대상에 비췄을 때 자동차는 비싸고, 빠른 이동 수단을 원하는 그 중간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였을 것이다. 

 

다만 연료를 태우는 형태이기 때문에 소음이 굉장히 심하고 당시 관련 법규는 전무하며 탑승자들의 무질서 등으로 인해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하였고 여러 요인들이 섞이면서 결국 오토패드는 단종 수순을 밟게 되었다. 

 

참고로 당시에는 포드에서 자동차를 대량생산하고 있던 시기임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 1915년을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동 수단의 빈 틈을 채워주는 전동킥보드

현대차에서 아이오닉5에 함께 포함되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V2L로 충전가능한 전동 스쿠터. 결국 컨셉에 머물렀고 출시되지 않았지만 현대차도 모빌리티로서 도심에서 이동 수단의 빈틈을 어떻게 채워줄지 고민한 흔적이다. ⓒ현대차 홈페이지

 

워낙 대중교통이 촘촘히 이루어진 한국(정확히는 서울)에서 킥보드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킥보드의 범위는 자전거의 그것과 상당부분 겹치는데 덥거나 따뜻한 날씨에 "땀 흘리기 싫을 때" 둘의 성격 차이가 분명히 드러난다. 

 

현대자동차도 이동수단을 촘촘히 채우기 위해 고민했었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아이오닉 5에 자동차에서 V2L로 충전가능한 전동 킥보드(이상하게 현대차에서는 전동스쿠터라고 명명했다)를 제공(물론 옵션)하는 컨셉을 오래 전에 발표했는데 실현되지는 않았다.

 

 

킥보드는 주변 음식점 픽업용으로 최고다. 그리고 땀 안흘리는 마실용으로도.

보통 배달음식 시킬 때 식당이 최대 3km 이하가 대부분일 것이다. 실제로는 1~2km?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빈도가 높다면 킥보드로 살짝 고민해보자. 굳이 배달을 1시간동안 기다릴 필요도 없고, 날씨 좋을 땐 식사 전에 잠깐 (부담없이) 몸을 움직이는 용도로도 매우 적합하다. 킥보드를 타고 움직이기 위해서는 자전거처럼 큰 마음의 결심은 필요없다. 

 

굳이 비용으로도 생각해보자. 배달료 (보통) 3,000원에 픽업할인 1,000원 대략 한번에 4,000원 할인이라고 할 때 10번만 직접 픽업 갔다오면 대략 4만원 정도의 금액을 아낄 수 있다. 매번 의무적으로 직접 픽업갈 필요는 없지만 너무 귀찮을 때 제외하고 직접 픽업한다면 (장기적으로) 금액도 상당히 아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구매한 전동킥보드 나인봇 맥스 g30. 상위급으로 갈 게 아닌 일반 사용자라면 고민말고 나인봇 맥스로 가면 된다. 진심으로.

 

이제 가장 조심해야 하는 건 20대 초반이다.

최근 자전거를 타면서 몇번 위험함을 느꼈는데 모두 중고등학생이었다. 맞은 편에서 또래 아이들과 함께 핸들을 놓고 스마트폰 보면서, 또 잡답을 하면서 중앙선을 넘어오는데 반대편에 오는 자전거는 안중에도 없다. 이들이 공유킥보드를 사용할 수 있었을 때 사고비율이 높았는데, 이제라도 운전면허가 있어야 전동킥보들를 사용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미성년자가 법적으로 제한 되었기 때문에 이젠 대학생 또래가 그 다음으로 가장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사실 고등학생보다 몇년 더 선배일 뿐이지, (대중교통이 너무 잘되어 있어서) 운전 경험이 없는 20대 초반이 대부분이다. 이제 이들이 도로의 흐름과 호흡할 수 있도록 성숙해지길 기대해봐야 할 것이다. 

 

확실히 운전을 해본 사람이 킥보드를 운전해야 자동차와 교통 흐름을 호흡하며 안전하게 운전할 수가 있는 것 같다. 참고로 유럽에서는 공유킥보드는 모두 번호판을 부착해야하며 공공장소에서 사용할 수 있다. 번호판이 없는 개인 모빌리티는 사유지에서만 운행할 수 있다고 한다.

 

이미지를 바꾸는 것은 결국 이용자 개개인이다. 

전동킥보드를 운전할 때는 극도의 방어운전이 필요하다. 사방의 자동차를 경계하고 교차로나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곳에서 사람등이 갑자기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며 운전해야 한다. 인도와 혼재된 도로에서는 자전거 도로라고 하더라도 무조건 사람이 먼저이다. 

 

전기자전거에 비하면 킥보드가 조금 과하게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은 맞지만, 동시에 자전거와 다른 라이딩 스타일로 사고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안전하게 타고 보행자와 자동차를 존중하자. 4~5km 정도의 공간을 이렇게 잘 매꿔주는 이동 수단은 없다.  

 

 

ps. 제주도 여행갈 때 킥보드 가지고 가고 싶더라... 비행기에는 방법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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