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롬톤 가격과 공장, 그리고 애플 파크(brompton & Apple Park)

2022. 11. 17. 12:12브랜드문화 BRAND│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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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만원짜리 클래식 로드바이크를 7년(?)정도 타면서 라이트는 만원짜리, 물통도 몇천원자리 달고 다닐 정도로 정말 자전거 브랜드에 관심이 없었는데, 이제 허리 굽히고 전투적으로 타는 자전거에 지쳐서 미니벨로로 기변했다. 수많은 미니벨로를 알아보던 중 결국 내 기준으로는 비정상적으로 비싼 브롬톤을 직구했는데, 이번에는 브롬톤 사용후기보다는 브롬톤의 브랜드 전략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물론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는 가벼운 글이다. 

 

비정상적으로 비싼 미니벨로, 브롬톤을 구매했다. 

이제 허리를 펴고 자전거 타고 싶어서 미니벨로를 처음 알아보면서 관심있게 살펴본 브랜드는 티티카카였다. 자전거도 뭐 '안 예쁘지는 않고' 기본에 충실하고, 7단 정도 되고, 접히고, 가격도 저렴해서 도둑 걱정 안하고 정말 편하게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조금 더 알아보고는 결국 순식간에 눈이 높아졌다. 

 

브롬톤은 '성능'에 비해서는 정말 비싼 편이다. ⓒbrompton homepage

미니벨로, 즉 작은 자전거는 저렴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02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는 C라인(아이폰으로 치면 아이폰14 일반모델 정도?)이 273만원이다. 앞서 말했지만 자전거에 돈 안쓰는 내 입장에서는 말도 안되는 가격이었지만, 신기하게도 며칠 후 영국에서 날아온 따끈따끈한 브롬톤이 내 앞에 있었다. 

 

왜 그 비싼 브롬톤을 구매했을까?

먼저, 자전거 좋아하시는 분들은 300만원 자전거는 저렴하다고 하시는데.... 보통 관심 없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띠용 소리 나는 가격이다. 나 같은 사람 기준으로 읽어주길 바란다.   

 

자전거는 브랜드 대체제가 매우 많다. 로드도 마찬가지이지만 브롬톤 이외에도 수많은 미니벨로가 있다. 특히 브롬톤의 특허가 풀리면서 브롬톤과 사실상 같은 모양의 미니벨로, 그리고 그보다 성능이 좋은 것들도 많은 브랜드가 있다. 그런데도 비정상(?)적으로 비싼 브롬톤을 구매한 이유는, 예쁜 것도 있지만 결국 브롬톤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선택이었다. 

 

 

우리 브롬톤은 영국에서만 만듭니다만.

 

한국과 다르게 같은 작업복을 입으라는 회사 지침에 순응하는 노동자의 스웩 ⓒbrompton youtube official

 

2000년 초반에 잠시 대만에서 생산한 적이 있지만 옛날 이야기이고, 모든 브롬톤은 영국에서 제작된다. 당연하게도 계산기를 두드려봤을 것이고, 높은 인건비를 부담해야 하지만 브랜드 가치를 높여서 고가를 유지하는 것이 브랜드 가치 유지 및 비즈니스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속성이라 판단했을 것이다. 에르메스가 다른 명품 브랜드와 다르게 모든 제품을 프랑스에서 직접 제작하는 것처럼.

 

국내에 브롬톤 재고가 하나도 없을 때도 바로 구매할 수 있었던 시그널오렌지 도색 중인 모습. 그래도 나름 매력적인 컬러이다.ⓒBrompton Traveler

소비자들은 영국 현지 생산이라는 브랜드 스토리, factor를 통해서 높은 가격에 대한 접근 허들을 낮출 수 있고 기업은 구매해준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계속 올리고 있다!?(국가브랜드 가치가 중요한 이유이다)

 

 

브롬톤의 새로운 공장은 애플 파크를 연상시킨다.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설계된 브롬톤의 새로운 공장 ⓒdezeen

최근 브롬톤은 새로운 '탄소중립공장' 계획안을 발표했다.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딱 봐도 비싸 보이는 건축물이다.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브롬톤이 공개한 새로운 브롬톤 공장(예정)은 애플 파크와 매우 흡사하며 원형 구조 및 주변 공원형태는 공장 및 본사에서 직원들이 자전거를 타고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설계될 것으로 예상된다. 

 

브롬톤의 멋진 공장은 직원들의 복지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브롬톤의 브랜드 스토리 중 환경, 탄소중립, 브랜드 커뮤니티, 영국생산 등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이 메시지는 '힘이 빠질 수' 있고, 다른 경쟁사들의 진입을 위한 브랜드 허들이 아주 높은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브롬톤 본사 공장을 자전거로 달려보자. ⓒdezeen youtube

 

"영국 생산 브랜드 자전거"를 시각적으로 가장 확실하게, 그리고 멋지게 보여줄 수 있는 곳이 공장이고, 그래서 브랜드 가치를 위해 새로운 공장 건설에 투자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더 쉽게 말하면 삼성전자는 브랜드 가치를 위해 온오프 광고에 돈을 집행했다면, 브롬톤은 그 마케팅 비용으로 공장을 건설하고, 이를 통해 브랜드 콘텐츠를 소비자 스스로 생산해내는 전략을 택했다. (물론 삼성이랑 직접 비교는 말이 안되지만, 이해를 쉽게 돕기 위함이다)

 

어떤 대기업들은 브랜드 가치를 위해 온오프 광고에 비용을 집행하지만, 브롬톤은 그 마케팅 비용을 공장을 건설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가 스스로 브랜드 컨텐츠를 생산하는 전략을 택했다.

 브롬톤 브랜드를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브롬톤 공장은 영국 여행 중 한번을 가보고 싶은 장소가 될 것이고, 이는 앞으로 브랜드를 몇십년간 이끌어갈 좋은 콘텐츠 factor가 될 것이다. 

 

새로운 공장은 '비싼 브롬톤 가격'에 당위성을 더해 줄 것이다. 

그동안 브롬톤의 영국 현지에서 만들었다는 메세지는 약간 위태위태한 측면도 있었다. 영국 노동자이지만, 난민이나 외노자등 값싼 노동력으로 원가를 낮추지 않냐는 공격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일부 눈에 보이지 않는 공정에서는 값싼 노동력을 사용하고, 외부로 드러나는 공정에서는 영국 현지인을 사용했을 수도 있다. 실제 브롬톤 공식 페이지에서 공개하는 공장의 모습은 대부분 영국인(?)처럼 보이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위에서 보니 더욱 애플파크와 비슷하다 ⓒdezeen youtube

 

"우리 자전거는 영국에 있는 멋지고 비싼 공장에서 만드니 비싼 가격은 당연합니다" 라는 브랜드 메시지가 더욱 공고해지는 순간이다.

 

가격은 지금처럼 더 오를 것이다. 그러니 질러라. 

브롬톤은 영국 생산 70%정도를 수출하고 있고, 정확한 매출액은 확인하기 어렵지만 2021년부터 코로나 상황을 등지고 드라마틱한 성장을 하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50%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플래그십 매장을 급하게 확장하고 있는 상황은 투자자들에게 지금의 전략에 확신을 심어주고 있다. 더 비싸게 팔아도 된다는 것을. 

 

성장률, 브랜드 전략 및 투자, 그리고 지금까지 브롬톤이 최근 2~3년간 가격을 올린 과정을 살펴보면 아마 판매량이 정체되는 지점까지 가격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말인 즉, 브롬톤은 가격을 얼마까지 높여도 이익이 유지될지 테스트중이며 지금 사는 브롬톤이 가장 저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구매를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브롬톤 성수기'전에 얼릉 지르자. '고민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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