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6. 17:07ㆍ브랜드문화 BRAND│CULTURE
컨택트의 결말을 이해하면 이 영화의 SF장르는 단순히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원작의 뼈대를 나름 지킨 작품으로 드니 빌뇌브의 특유의 차분한 영상미가 오히려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몇 번이고 곱씹어볼 영화인 것 같다. 두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내용을 곱씹어보려고 한다.
원작 제목은 arrival, 국가별로 서로 다른 제목으로 개봉하였으며 국내에서는 컨택트라는 제목으로로 개봉하였다. 원제와 비교하면 어색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괜찮은 판단인 것 같다. arrival이라는 제목 자체가 아주 매력적이지는 않은 것도 소심한 이유이긴 하다.
시간에 대한 고찰
SF영화에서 시간이라는 개념이 나오면 언제나 우리 인류는 먹이사슬 가장 아래에 위치하게 된다. 인간은 시간에 종속되어 그것을 벗어날 수 없으며, 우리가 추정하는 새로운 외계생명체는 과거-현재-미래를 자유자재로 인식하고 조정할 수 있는 고등생명체로 평가된다. 인터스텔라도 미래 인류를 4차원을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존재로 묘사되며, 컨택트에서도 문어처럼 생긴 외계생명체에게도 그런 능력이 존재한다.
언어 자체가 시제를 초월할 수 있고, 그것을 사용하는 생명체의 인식에 영향을 끼치긴 하지만 물리적인 한계까지 극복할 수 있다는(시제를 초월하는) 가정은 재미있지만 이공계 사람들은 그리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대적이지 않은 실제 외계인류와의 접촉 과정을 오히려 현실적으로 보여주었으며, 관객들은 언어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관념적 한계'에 대한 상상적 의심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 (원작 자체가 좋다는 뜻)
새로운 외계생명체와의 처음으로 조우한다면 커뮤니케이션 퍼스트.
"What is your propose on earth?"
우리의 이동에는 항상 목적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여행은 새로운 환경의 체험의 과정이며 목적 자체, 목표 달성을 위함은 아니다. 외계인의 목적도 반드시 거대하지는 않을 수 있다. 그냥 여행 중에 잠깐 정박했거나 유난히 파란 빛을 발하고 있어서 신기해서 그냥 와봤을 수도 있다. 사실 맛집 찾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 지구에 어떤 목적을 가지고 왔다면, 그것은 지구를 지켜보고 가치 있게 생각했다는 증거이다.
즉 목적이 있는, 그리고 지구까지 올 수 있는 기술 수준을 보유한 외계생명체는 인류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들이 이 곳에서 원하는 것을 바로 얻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를 공격하지 않고 그냥 있다면 대화를 해보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이다. 수개월동안 서로의 언어를 습득한 후에 맛집을 물어볼 수도 있다. 나중에 우주선을 마주치면 실행해 보자.
'투명한 벽이 있다'라는 단서에 주인공들의 상황 이해는 늦은 감이 있다.
처음 외계생명체와 조우하기 전, 먼저 들어가본 사람들이 우주선 내부 외계생명체와 우리 사이에 '유리처럼 생긴 투명한 막'이 있다고 설명하는 장면이 있다. 이 단서 하나만으로도 그 생명체는 빛을 인식하며 시각적 정보를 습득하기 때문에 시각자료 활용 가능성에 대해 준비해야 하고, 한 번의 18시간 루틴을 절약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일종의 '문자'를 사용하고 음성이 아닌 시각으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 것이라는 추정은 두번째 섹션에서 칠판을 가지고 들어가서야 가능하게 되었다. 영화적 장치겠지만 두 전문가의 전문성에 약간의 틈이 보이는 장면이었다. 내부를 설명할 때 루이스나 이안이 살짝 언급이라도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여성을 가장 멋지게 스크린으로 옮기는 감독. 드니 빌뇌브
드니의 모든 작품을 그렇게 평가할 수는 없지만 이전 작품인 시카리오와 컨택트에 등장한 주인공 여성은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면서, 동시에 미화하거나 비현실적 요소로 극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 없이 주체적이지만 동시에 현실적인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시카리오에서는 '늑대의 도시'에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여성이 묘사되며, 반대로 컨택트에서는 언어학자로서 완벽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신체적인 능력이 아닌 전문가로서 세상이 그녀에게 의지하는 모습에서 캐릭터의 힘이 느껴진다.
물리학자인 제러미 러너가 보조 역할로서 완벽하게 느껴질 만큼 루이스의 캐릭터에는 빈틈이 없었다.
헵타포드어를 인류에 전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니, 해서는 안 된다.
미래에서 주인공 루이스는 인류에 헵타포드어를 가르치는 장면이 나온다. 단순한 장면이지만 만약 미래를 보는 능력을 함께 가지게 되는 헵타포드어를 많은 사람들이 가지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이 상상만으로도 또 하나의 SF영화를 만들 수 있을 만큼 인류는 큰 혼돈에 빠질 것이다. 예를 들어 금융시장은 언어 능력, 즉 미래를 보는 능력을 가진 자들에 의해 큰 혼돈에 빠지고, 그 능력(언어)을 사람들은 타인과 공유하지 않을 것이다. 즉 루이스에게 직접 배운 수백명의 사람들이 큰 권력을 쥐게 될 것이다.
만약 자신이 미래를 보는 능력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은 로또 번호를 알아보거나 주식, 코인의 그래프부터 찾아볼 것이다. 익명의 개개인은 도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라면 당신에게 적절한 직업은 스님이니 빨리 입사지원하도록 하자.
루이스가 미래를 보는 능력에 대해서 정부나 군에 알렸다면 그녀는 지하 감옥에 끌려가서 소수자에게 그 언어를 전파한 후 정부의 철저한 감시를 받으면서 남은 여생을 마칠 것이다. 당연하게도 극소수만이 이 정보를 공유하며 큰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을 것이다. (혹은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예언자같은 상상도 가능하다)
이 영화에서 논리적으로 충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녀는 헵타포드 문자를 가르치며 미래를 보는 능력 '무기'에 대한 이야기도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미래에 결혼할 '이안'의 미래 행동을 생각해보면 그녀가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다.
문어같이 생긴 생명체에게 한국은 위험한 나라이다.
이 문어같이 생긴 외계인은 세계 12군데에 착륙하였고, 아시아에서도 남중국해와 일본에는 착륙했지만 한국에는 내리지 않았다. 아마 문어를 초장과 참기름에 찍어먹는 대한민국은 좀 위험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외계생명체의 우주선은 다 '비효율'적인 모양을 가지고 있다.
아직 우리 인류가 제대로 된 외계생명체의 '이동도구'를 직접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 생김새에 대한 우리의 상상력은 무한하게 허락되고 있다. 아직 지구인의 기술력으로는 기능이 디자인을 결정짓는데, 임계점을 넘기 위한 기술적인 방향은 결과물의 생김새를 결정짓고 있다.
그런데 외계생명체가 사용하는 일명 '우주선'은 공간활용 등에서 극도로 비효율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한 효율성을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극도로 기술력이 발전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심미적으로 예쁜 모습을 추구하는 것이 생명체의 본질은 아니라는 것이 컨셉아트 작가들의 기본적인 사상일 수도 있다.
디자인적으로 가장 진보한 외계생명체는 어떤 모습일지 문득 궁금해진다. 우주선 옆에 라이언 정도는 그려져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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