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28. 15:28ㆍ브랜드문화 BRAND│CULTURE
"제한된 자원이 창의력을 극대화시킨다"
부족한 자본은 제작자의 상상을 현실화 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긴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한정된 자원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창의력이 발현되기도 한다. 오징어 게임 시즌 1이 200억의 제작비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시리즈가 되었다면 시즌2는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제작을 하게 되었는데, 발표 직후 지금까지 오징어 게임 시즌2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호불호가 극명히 나뉘고 있다.
그중에 개연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 보고 싶다.
스포 모두 포함되어 있으니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은 먼저 넷플릭스에 가서 시청하고 오시길 바란다.
공유빼고 다 대가리 박아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기억나는 장면, 그리고 반복시청할 만한 장면은 공유의 가위바위보와 러시안 룰렛밖에 없었다. 단순히 게임이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극중 반듯한 사이코패스의 연기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소화해 낸 공유의 역할이 컸다.
공감하기 힘든 성기훈의 아둔함
시즌 1의 빌런, 장덕수(그립읍니다)는 첫 번째 게임에서 나온 후 자신의 후배에게 게임에 대해 설명하고 그곳을 거꾸로 공격할 계획을 세운다. 게임에 참가할 사람들을 혼자 픽업하기 때문에 보안이 약하다는 것을 간파하고, 그들을 제압한 후 총과 무기로 무장한 "깡패"들과 그 섬으로 들어가 현금을 탈취할 계획을 세운다. 이 모든 것이 첫 번째 게임에서 나온 후 다시 돌아가기 전 짧은 시간 동안 계획한 것이다. 물론 그의 현실적인 상황 때문에 결국 실연 되지는 않았지만 보통 시청자들이 생각해볼 수 있는 굉장히 현실적인 계획이었다.
456억의 자본력과 3년의 시간으로 이뤄낸 것.
반면에 성기훈은 456억(돈다발 쌓인 장면에서 빈틈이 많이 보이지만 암튼)과 3년이 넘는 시간동안 그가 한 것은 오직 사람들을 끌어 모아서 지하철에서 딱지맨을 찾으려고 했을 뿐이다. 서울시내 빈 모텔을 구매해서 총을 연습 한다는 설정도 웃기지만.... 그냥 뭐 여러가지가 빈틈이 많이 보이니 조금씩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래도 시즌2 초반에는 공유의 연기덕분에 이러한 빈틈들은 크게 부각 되지 않는다.
그리고 시즌1 마지막에 박해수 어머니한테 준 돈다발, 서울 모텔 구매비, 인건비 등을 모두 합치면 저정도의 돈이 남아 있을 수 없다... 아니면 재태크했나??
그리고 즉흥적인 공유의 러시안 룰렛의 제안을 바로 콜해버린 것도 납득하기 힘들다. 자신의 전재산과 시간, 자원을 투입하여 그를 찾았는데 목숨을 건 도박이라니.... 그리고 심지어 그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는 그가 죽으면 어떤 방법으로 게임 설계자들을 찾아갈 수 있을지 알지도 못했다.
공감하기 힘든 황준호의 형사답지 않은 추적방법
황준호 캐릭터 설정에서 가장 공감하기 힘든 부분은 그가 섬의 위치를 추적 하는 방법이다. 현실에서 진짜 저런 방법을 사용 할까 싶은 너무 일차원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2년? 내내 배를 타고 거의 모든 섬을 수색했지만 찾지 못했다면 방법이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다른 접근을 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그 정도 설비와 시설물을 설치하는 데는 엄청난 자본뿐만 아니라, 공사 자재, 운영인력등의 '이동'이 필요하기 때문에 찾고 있는 '그 섬'에 대한 흔적은 탐문 수사를 통해서 충분히 밝혀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시 주변 식당이나 노동에 참여한 사람 인터뷰, 건설회사의 회계자료나 자금의 흐름은 단순히 그 사람의 위치 뿐만 아니라 이 게임을 설계한 사람들의 배경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도 믿지 않아서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스토리의 빈틈들을 크게 만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어설픈 게임 연기와 가을 운동회처럼 느껴지는 비현실성
시간 제한이 있는 게임을 목숨을 걸고 하고 있는데 통과했다고 모두 얼싸안고 10초를 소비한다. 뭐 좋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자신의 목숨을 걸고 하는 게임이라고 하면은 1초라도 아끼려고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일텐데 이런 작은 부분도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 내기 힘들다. 시청자들은 보통 이런 걸 오버 액션이라고 한다.
그리고 목숨걸고 하는 게임치고는 체육대회처럼 느껴진다. 시즌1에서 늦게 잤던 긴장감, 그리고 게임을 탈락 했을 때 죽는 사람들의 상실감, 그런 것들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전 시즌1이 시각적인 충격을 주었던 것은 동화 같이 예쁜 세트장에서 "잔혹한 동화" 같은 느낌을 주는 음악과 분위기였다면 시즌2에서는 가벼움만 느껴진다.
게임을 보고 싶은 시청자와 사회적 메세지를 담고 싶은 감독
시청자들이 오징어 게임에 기대하는 것과 감독이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것이 다르다. 오징어게임이 킬링타임용으로 소위 "뇌를 끄고" 재밌게 시청하고 재생산 할 수 있는 컨텐츠가 되기를 바랬는데, 감독은 성기훈을 통해서 여러 메세지를 담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성기훈의 캐릭터가 너무 복잡해 지고 시즌1에 비해서 너무 달라졌다. 그의 변심에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가 시작부터 부족하기 때문에 그가 시즌 마지막에 보여주는 행위는 더욱 드라마 전체를 미궁속으로 빠뜨린다.
오징어 게임 시즌2 총 일곱 개의 에피소드 동안 실제 새로운 게임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제외하면 2개 밖에 없었다. 오히려 캐릭터 설명 및 투표 진행 과정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하면서 스토리가 늘어지게 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지난 시즌1의 컴팩트 하고 담백한 에피소드 양을 생각해 보면 시즌2가 얼마나 늘어졌는지 알 수 있다.
3.56억씩 받고 나갈 수 있는데 폭동에 동참한다고?
시청자들이 가장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게임 참가자들은 계속 투표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설득해서 어떻게든 이번에 나간다고 하면 댜략 3억 5천6백만원씩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쌩판 모르는 사람이 저들을 잡아야 한다는 도덕적인 명목 하나로 사람들을 설득하고 그들이 순순히 참가한다고? 그리고 이러한 폭동을 위해 자기편 X의 사람들이 도륙당하는 것을 숨어서 지켜보기만 한다고? 모두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감독은 아마 프론트맨을 통해서 성기훈이 변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지 못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출신 조상우가 옳았다
"형 인생이 왜 그 모양 그 꼴인지 알아?
오지랖은 쓸 데 없이 넓은 게 머리는 존나 나빠서 씨발 똥인지 된장인지 꼭 처먹어 봐야만 아는 인간이니까."
시즌 2에서 성기훈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 보면 조상우가 이때 한 얘기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맞다. 꼭 그렇게 자기 자신의 인생을 모두 걸지 않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그들을 잡거나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었고 또 그에겐 가족이 있다. 가장으로서 가족들을 행복하게 해줘야 될 의미가 있는 데도 그런 의무 조차 버리고 쓸 때 없이 오지랖이 넓은 것이다. 아니면 가족과 의무의 균형점을 찾을 수도 있었지만 그것조차 모두 포기한 것이다.
"제한된 자원이 창의력을 극대화시킨다"
200억, 시즌1의 성공에 비해 너무 작은 보수이기 때문에 사실상 시즌2의 제작비에는 성공보수가 포함돼 있다고 봐야 된다. 그렇게 시즌1에 비에서 많은 제작비를 받다 보니 출연진도 그의 걸맞는 '비싼 연기자'를 선발 할 수 밖에 없었다.(제작비 소모) 시즌1 때 한정된 출연료로 가장 적합한 배우들을 노력해서 뽑았다면 지금은 마치 캐릭터를 설정하고 거기에 추천 받은 사람을 뽑은 느낌? 한국 시청자 입장에서는 모두 유명한 배우들이다 보니 이 사람들이 이 타이밍에 죽을지 안 죽을지 이런 것들을 대충 예측할 수가 있다.
특정 배우의 연기를 폄하하고 싶진 않다. 모두 감독이 선택하고, 감독이 최종 편집한 것이다.
그래도 시즌 3 나오면 보실꺼죠?
대부분 이전 시리즈를 시청한 사람이라면 시즌3는 결국 볼 것이다. 그런데 이미 촬영이 다 끝난 상태라서 더 이상의 스토리 변경은 어려울 것이고, 우리는 지금도 편집 중인 시즌 3가 이 긴 여정에 올바르게 마침표를 찍게 될지 궁금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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