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벨로 고민의 끝은 only 브롬톤?

2022. 5. 23. 11:54브랜드문화 BRAND│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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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미니벨로를 타다가 속도에 대한 욕심과 친구들과의 라이딩을 위해 로드로 기변했다. 당시 클래식하고 빈티지하며 남들과 다른 도심 모던 어쩌고 저쩌고 라이프 스타일을 표현하고 싶었던 나는 벨로라인이라는 가장 클래식해 보이는 로드를 구매했다. (나중에 로드샵 사장님이 그런 취향이면 자전거 추천해드리기 어렵다고 하시더라....아무튼) 그렇게 정말 오랫동안 잘 사용했는데 이제 속도에 대한 욕심보다는 그냥 편하게 탈 수 있는 자전거가 더 욕심이 났다.(사실 다른 로드에 비해 속도가 전혀 안나는 자전거이다 ㅠ)

이제 편한 자전거가 타고 싶다.

 

전투적인 로드바이크에서 하산하고 싶은 사람에게 윙크하는 브롬톤 ⓒbrompton homepage

사실 스쿠터에 대한 욕심이 먼저 왔다. 그러다가 욕심을 줄이고 줄여서 대신 먼저 킥보드(나인봇맥스) 구매해서 자전거도로에서 주행해봤는데 확실히 자전거와는 다른 재미가 있었다. 힘 안 들이고 바람을 그대로 느끼는 재미? 그런데 이게 세련되게 탈 수 있는 제품군은 아니다 보니 동네 마실용으로는 많이 타게 되지 않았다. (대신 포장음식 픽업하러 갈 때 정말 잘 이용한다)

그러다 우연찮게도 집에서 가까운 곳에 따릉이 보관소가 생기면서 재미를 붙이고 이용하기 시작했다. 3단짜리 자전거이지만 동네 골목을 폭풍 질주할 때 나름 힘도 들어가고 재미있었다. 특히 허리를 숙이지 않고 세우고 탈 수 있는 자전거의 매력에 빠지면서 내 소유의 편하게 탈 수 있는 미니벨로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미니벨로의 끝은 브롬톤?


친구가 브롬톤 사라고 반협박 계속 했었는데 자전거 라이딩 자체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 귓등으로도 잘 안 들었었다. 그러다 다시 미니벨로를 구매해볼까 하고 검색해보니 이런저런 고민을 해도 결론은 브롬톤이었다. 돈을 들이면 절대 실패하지는 않는 선택이다. 그런데 브롬톤을 알게 되고 한강을 나가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브롬톤을 사용하고 있었다. "응? 다른 거 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정말 예뻐보이는 브롬톤 @brompthebromp instagram

 

선택지가 많지 않다.


자전거에 대해서 잘 모르다 보니 이야기하는 게 조심스럽지만 적어도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가격과 상관없이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미니벨로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뭔가 클래식한 미니벨로 ㅡㅡ) 아마 직접 발로 뛰며 튜닝샵을 찾아야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인스타그램으로 찾아보니 사고 싶은 미니벨로 스타일은 일본에 있는 듯 보였다. 200만원이 넘는 자전거를 직구? 마음을 진정시켰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닥 다시 원상태로 돌아온 건 브롬톤이었다.

근데 외부에서 브롬톤의 보관은 좀 진지한 단점이다.

밖에서 마실 중에 상가, 백화점, 극장 등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실내를 들어가야 할 때 애매해진다. 예를 들어보자. 한강 자전거도로를 따라 라이딩을 하다가 여의도에서 더현대를 구경하려고 한다. 따릉이야 주변의 편리한 주차장(?)을 이용하면 되지만 브롬톤을 밖에 보관할 수 없다. 물품보관소 가장 큰 곳에도 안 들어가 가기 때문에 굳이 라이딩 중 더현대를 들어가고 싶다면 들고 다녀야 하는데, 이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 외에도 카페나 식당에 가져 들어가는 것은 민폐고 밖이 보이는 큰 창문이 있는 곳에 세워놓고 창가 쪽에 앉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보니 자가용이 아닌 브롬톤으로 건강하게 돌아다니고 싶은 욕심에도 동선을 미리 짜는 등의 고민해야 할 요소가 많다. 미술관, 맛집 등도 마찬가지이다.

이에 비해 따릉이는 진짜 동네 마실용으로는 최고인 것 같다. 대신 자전거 거치대가 자신의 집 근처에 있을 때만이다.

 

기본적인 프레임 스타일의 미니벨로이지만 국내에서 이런 스타일의 미니벨로를 찾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위의 미니벨로는 비싸다. ¥126,500 해외배송 전문업체가 아니라서 관부가세에 배송비, 파손위험등을 고려하면 선듯 구매하기 쉽지 않다.  ⓒebsbikes_kyoto 인스타그램

 

브롬톤은 탈때보다 접었을 때가 더 예쁘다


그래. 그냥 브롬톤을 구매해야지 하고 거의 결정한 다음 라이딩을 하면서 브롬톤으로 라이딩하는 사람들을 살펴봤는데, 이상하게 내 눈에는 브롬톤이 그렇게 막 엄청 예뻐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는 브롬톤은 접어서 보관할 때 가장 예쁜 자전거라는 이상한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다 보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 같다. 그냥 편한 로드를 살까? 미니벨로 튜닝을 할까? 차라리 가격도 비슷한 스쿠터 살까? 그래도 브롬톤? 그런데 또 6단을 구매하면 엄청 무거워지는 게 고민거리이다.

 

자전거는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만 보인다. 그리고 예쁘고 멋있는 사람들은 따릉이만 타도 빛난다.

 

나도 로드바이크 타고 있지만 사람들이 타는 로드가 어떤건지 진짜 관심없다. 로드뿐만 아니라 다른 자전거 브랜드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내 눈에는 몇만원짜리든 몇천만원짜리든 그냥 그놈이 그놈 같아 보인다. 하지만 관심이 많은 사람들끼리는 서로 존경의 눈빛을 주고 받을지도 모른다. 동시에 나처럼 클래식하고 무거운 로드를 타는 사람을 한심하게 쳐다볼지도 모른다. 

 

브롬톤 브랜드가 가진 가치,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여행가고 캠핑하고 새로운 경험을 머리 속에 그리며 구매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지만, 동시에 꼭 '원하는 브랜드'를 소유해야만 상상하는 것을 할 수 있을까? 이상하게도 정말 멋진 사람들은 따릉이만 타도 빛나보이는 게 머리 속에 떠오르며 나에게 자문해본다. "내가 브롬톤을 구매하면 사람들이 멋있게 볼까?"

 

아직 고민 중이다. 돈이 많으면 그냥 사고 말겠지만 코인 때문에 근신 중이라 어떻게 결론이 날지 모르겠다. 예전에 미니벨로를 타다가 속도 때문에 로드로 바꿨던 것도 머릿속에 떠오른다. 내가 참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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