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데스 로봇 '독수리자리 너머'와 매트릭스 세계관

2022. 5. 20. 07:00브랜드문화 BRAND│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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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스토리 나열하려는 것도 아니고 결론을 정확하게 해석을 하려는 것도 아니다. 스토리 요약도 없다. 15분 남짓한 단편 영상을 보면서 내 머리 구석에 있던 생각들과 결합된 이야기들을 풀어보려고 한다. 결말을 기본으로 담고 있는 내용이니 아직 안 보신 분은 15분만 투자해서 미리 보고 오시길.

 

참고로 주인공 이름은 "톰"

그리고 넷플릭스에 대한 고마움. 넷플릭스 아니면 이런 영화(사실상 비상업적 단편영화) 제작은 어려웠을 듯.

 

 

제목 "독수리자리 너머"에 담겨있는 우주관

 

넷플릭스 단편영화 러브 로봇 데스의 독수리자리 너머의 한장면

너머 or 넘어? 일단 "독수리자리 너머" 라는 제목을 보자 "독수리자리 넘어"와 어떻게 다를지 찾아봤다. 쉽게 말하면 '너머'는 가로막은 장애물의 반대쪽 공간을 의미하고, '넘어'는 높은 위를 지나간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산을 넘고, 강을 넘고, 담을 넘고, 바다 너머 그곳에 우리는 닿을 수 있지만 태양계 너머, 은하계 너머 우리는 무엇에 닿게 될지 알지 못한다.  인간은 태양계를 넘어설 수 있을까? 은하계 너머 우리의 육체를 닿게 할 수 있을까?

 

지구라는 공간, 즉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설명을 하는데도 힘들어하는 '언어'로 우주라는 공간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있을까? 우리는 제한된 언어로 무한한 우주를 잘못 인식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영화 이야기를 하자. 매트릭스가 생각났다

 

러브, 데스+로봇 독수리자리 너머에서 진실에 다가가려는 주인공 톰을 막아보려고 노력하는 모습. 이 장면만 봤을 때는 진실세계에 접근을 막는 것이 톰을 위한 것인지, 자신의 이익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톰을 구원해준 것이었다.

 

대충 찾아보니 원작의 일부분을 잘라 단편영화로 만든 것 같기 때문에 전체적인 '괴물'의 의도를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괴물이 주인공 톰을 일종의 가상현실(시물레이션)에 보내 지옥 같은 진실을 외면하고 극락세계에서 정신적 위안을 받고 있는 톰은 현재 사실에 의문을 갖고 진실을 보여달라고 한다. 매트릭스의 네오가 진실에 접근하는 방법과는 반대로 주도적으로 원했지만, 이는 진실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진실에 다가가도록 네오에 작업치는 모피어스

매트릭스에서는 "그"라고 생각하는 네오를 모피어스가 진실에 다가갈 수 있도록 일종의 '작업'을 한다. 네오는 수동적인 상태에서 '선택'을 했으며 결과적으로 그들이 의도한대로 진실에 다가가게 된다. '독수리자리 너머'에서는 톰이 먼저 현실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진실에 대해 접근하고자 한다. 어쩌면 의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인간의 본성을 마주한 것일 수도 있다. 

 

 

진실을 마주한 네오와 톰은 다른 반응을 보인다. 

 

매트릭스의 네오는 모두 알다시피 세상을 구한다. 일종의 '슈퍼파워'를 가진 그가 아무리 시궁창같은 현실이라도 그것을 외면할 필요도,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도 피할 이유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일개 시민이고 지옥이 되어 버린 우주 난파선의 선장일 뿐이다. 

 

진실, 즉 지옥을 경험하고 온 톰이 '그녀'를 처음 맞이한 반응. 이 장면만 본다면, 당당하게 진실을 외면하고자 노력한다.

 

톰은 현실에 다가가고 그레타의 진짜 모습을 마주한다. 승무원이었던 여자가 '이자는 그레타가 아니야'라고 하던 모습이 이해가 간다. 그레타의 진짜 괴물 모습을 마주하고 왔음에도 톰은 정말 모른 것처럼 그녀를 대한다. 마치 진실을 외면하려는 듯이. 그 짧은 시간 동안 현실과 타협한 듯 보인다.

 

 

 

주인공 톰은 매트릭스에서 가상현실로 돌아가려는 사이퍼와 연장된다. 

 

진실을 '모르는 게 약이다' 라는 명언을 남기신 매트릭스 사이퍼

 

 

그래픽이라는 것을 깨닳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처음엔 진짜 아무 의심없이 보다 보니 그래픽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고, 약간 그래픽스러운(?) 움직임 덕분에 알아챘다. 계속 보면서도 실사인지 CG인지 의심하면서 보게 될 만큼 약 3년이 지난 영화지만 그래픽 수준이 매우 높았다.

 

지금도 영화산업에서 CG가 배우를 대체하는 경우는 있지만 대세가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처럼 어떤 사회적이 전환점이 생긴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되었다. 주연배우 출연료가 1000억 원이라는 현실 정도가 그 트리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15분 내에 철학적 내용을 담으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편하게 반전을 즐겼다. 

 

어려운 철학적 내용을 담으려고 억지부리지 않고 유추 가능한 내용을 퀄리티 높게 보여주었다. 아직 보지 않았다면 다른 리뷰를 보기 전에 바로 넷플릭스에서 보길 추천한다. 이 글에 결론은 담았지만 알면서도 충격적인 비주얼은 제외했으니 당신의 15분을 유튜브 대신 넷플릭스에 투자해보길.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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