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레이하운드(greyhound). 국밥처럼 웅장한 완성도 (노스포)

2022. 3. 3. 09:00브랜드문화 BRAND│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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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레이하운드는 팬더믹 상황에서 개봉일자를 맞추려다가 결국 OTT에 낙찰되어 팔려간 불운의 작품이다. 넷플릭스와 애플TV가 난타전을 벌이다가 결국 애플TV가 약 800억 정도에 사들여서 독점공개했다. 이렇다보니 2021년, 우리나라에 애플티비가 본격진출하기 전에 그레이하운드에 대한 홍보는 거의 없었고 나도 이 영화에 대해 전혀 몰랐었다. 그러다가 아이폰13으로 바꿨는데 애플TV 3개월 무료시청권이 있어서(등록하고 1개월정도는 아무 것도 안보다가) 우연히 처음보게 되었는데, 그게 내가 본 전쟁영화 중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영화가 되었다. 

 

영화 그레이하운드 포스터

영화의 시점과 장소

1942년 WW2 개전 초기 상황이며 '대서양 한가운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 연합군으로 유럽(영국)에 물자지원을 위해 해상운송을 하였는데, 독일이 이에 타격을 주기 위해 U보트를 침투시켜 선박들을 격침시켰다. 실제로 연합군 군수물자 운송에 큰 타격을 주어 영국에서는 거의 국가적 기아 직전까지 갔다고 한다. 

여기서 '대서양 한가운데'의 위치가 중요한 이유는 당시 항공기의 작전 범위 때문에 대서양 중심부에서는 오로지 해상의 전력으로만 대응할 수 있었다. 즉 미국에서 출발한 선박들이 반대편 영국군의 항공지원을 받기 전까지 빈 공간을 함께 호위하는 수상함으로만 대응할 수 있었다. 

영화 그레이하운드 official trailer

실화인가?

"inspired by actual events"

실화라기 보다는 세계2차대전 소재를 바탕으로 한 소설 굿 셰퍼드(The Good Shepherd)를 기본프레임으로 각색하여 만들어낸 전쟁영화이다. 선장도 가공인물이고 내용도 가공인물이다. 인터넷 군사ㅈ문가님들에 의하면 당시 수상함(?)의 전력만으로 유보트 공격에 대응하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한다. 즉 조금 과장되어 있는 스토리이다. 

1939~1941년 연합군 선단 격침 현황 - 붉은색이 모두 바다로 수장된 선박을 의미한다(이세환)

 

유보트가 궁금해졌다

영화 자체도 재미있지만, 역사 및 군사에 관심이 없는 나는 영화를 보면서 당시 연합군과 독일군의 전력 및 전술이 궁금해졌다. 유보트는 독일의 잠수함을 통칭하는 이름으로 당시로서는 나름 비대칭 군사무기로 역할을 했다고 한다. 특히 군수물자를 수송하는 연합군에 큰 타격을 줬는데 이러한 승리를 통해 히틀러는 300대 이상의 유보트를 찍어낼 것을 명령했으나, 암튼 여러이유로 적기에 공급되지는 못했다.

 

항공모함이 이래서 필요한 거구나

군사에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라 항공모함의 대략적인 이해만 있었지, 공군의 작전반경과 연결하여 생각하니 참으로 공부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아졌다. 물론 이러한 수상작전에 투입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군사 시스템을 생각해보니 항공모함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영화 그레이하운드 official trailer

영화가 짧고 숨쉴 틈도 없다

일단 영화가 짧다. 러닝타임이 1시간 20분 정도로 걸작 전쟁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짧은 편이다. 대신 초반 5분, 후반 5분 정도빼면 계속 전쟁 속에 있는 느낌이다. 우리는 또 짧은 영상을 좋아하는 다이어트 세대 아닌가? 영화를 완편한 후 여러번 전쟁장면을 다시 돌려봤다.

함장, 그도 완벽하지 않다

(스포가 될까봐 두리뭉실하게 이야기하면) 어떤 전투에서는 승리하자 승무원들이 찬사의 눈으로 바라보고, 서로 잘보이기 위에 이것저것 물어본다. 다음 이어진 전투에서 실수가 발생하자 이전의 분위기는 모두 사라지고 "저 ㅅㄲ명령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겼어. 보고해" 같은 무거운 분위기가 엄습한다. 현실을 보고하고, 승무원의 이름을 계속 틀리는 함장에게 승무원들은 당당히 이름이 잘못됐다고 말한다. 함장 뒤에 눈이 달리지 않았어도 등이 따가울 정도의 정적이 흐른다. 완벽하지 않은 사람을 표현하며, 승리와 패배, 실수에 따라 리더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지는 것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 

사운드가 대단한 영화다

TV로 보다가 사운드가 심상치 않아서 아이패드에 이어폰을 연결해서 들었다. 이쪽으로 전문가가 아니라 함부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배경지식 없이 '영화 사운드가 엄청나다'라고 느낀 영화는 이게 처음이었다. 가능하면 이어폰으로 들으면서 보길 바란다. 

톰행크스 늙지도 않고, 아직도 영웅 영화의 right person이다

배달부일 때보다도 더 젊어보이는 톰옹

적지 않은 나이의 톰행크스는 아직도 팔팔한 현역이다. 미국에서 만드는 영웅 영화에 특화되어 있다고 할정도로 과하지 않고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로 만들어 내는 능력이 지금도 유효하다. 영화 속에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인간적인 모습으로 전투를 이겨내는 인물을 잘 그려내고 있다. 이런 역할은 톰행크스가 특허낸 것 같다.

관련영화는 뭐가 있을까?

U-571과 이미테이션 게임을 1차적으로 보려고 한다. 에니그마 암호해독을 주제로 한 이미테이션 게임은 이미 봤는데, 뭐 그렇게 잘 표현한 건 아닌 것 같긴하다. 단순히 영화 하나에만 집중하면 그냥저냥이지만 역사를 연결해서 이해해 보려고 하니 어쨌든 몰입감은 생긴다. U-571은 정말 오래전에 보기는 했는데 다시 보려고 맘먹고 있다. 두영화 모두 fact에서는 벗어난 영화이니 보고 싶다면 사전에 사실확인을 하고 보길 바란다.

애플TV에서만 볼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권해주기는 어렵지만, 만약 볼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한달만 신청해서라도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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