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그리고 환경부의 창조경제

2022. 5. 20. 10:38인스턴트 지식 KNW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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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6월 10일부터 시작된다고 하는데 벌써부터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준비기간은 충분했지만 준비는 충분해 보이지 않아 보이는, 우리가 매일 플렉스하는 1,500원짜리 커피라이프에 적접적인 영향을 끼칠 이 제도를 시물레이션 해보자.

판매에 비해 회수만 월등히 많이 생기는 카페

단순히 현금흐름뿐만 아니라 카페 간의 판매량과 회수량은 일치하지 않는다. 여기서 발생하는 불균형은 해소하기 힘들다. 속된 말로 매출 높은 업체의 뒷처리를 작은 카페가 해주는 꼴이 될 수 있다.


▷ A와 B라는 카페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 A는 유명하고 사람이 많이 찾아와 매출이 높지만 오피스 거리와 약간 거리가 있다. 반면에 B는 오피스 거리안에 있지만 유명한 브랜드가 아니라서 그런지 매출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
▷ 사람들은 A에서 음료를 구매해서 사무실에 쌓아두고 사무실에서 가까운 B라는 곳에 반납하기 시작한다.

▷ A 카페는 300원의 추가 매출이 잡힌다. B라는 카페는 매출보다 손님에게 내주어야 할 돈이 많아진다.

B카페는 현금흐름의 문제 (당장 손님께 돈을 내어주어야 함) 및 매장에 폐기 일회용 컵 보관을 해야한다. 매출이 높은 카페의 뒷처리를 적게 파는 업체에서 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미회수된 일회용 컵 보증금은 어디로? 창조 세금

일회용 컵 회수를 늘리자는 취지와는 다르게 회수율이 낮아질수록 국가 수익이 크게 늘어난다. 국가, 소비자, 자영업자 서로의 이익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 않는 구조다.


회수율이 얼마나 될까? 제주도에서 시행한 1000원짜리 리유저블 컵(다용도 컵)은 회수율이 40%대로 추정된다고 한다. 300원짜리 일회용 컵의 회수율을 정말 넉넉하게 50% 정도라고 했을 때 소비자가, 그리고 소상공인이 지불한 돈은 어디로 갈까?

예를 들어보자(카페 운영도 안되는 낮은 수준이지만 평균 카페라고 해보자)
하루 100잔 파는 카페
한달 3000잔에 해당하는 보증금 = 900,000원 x 70,000 카페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카페 수는 약 7.1만 개다(2019년 9만 개를 넘었다가 코로나 영향으로 크게 줄은 수치이다) 만약 7만개 업장에서 매달 3000개 보증금으로 90만 원씩 납부한다면 단순 계산으로 63,000,000,000원이다. 630억이다. 국가 입장에서 매달 카페로부터 630억씩 현금을 받는다.

매달 630억씩 보증금을 받는데 그중 회수 비율이 넉넉하게 50%라고 한다면 소상공인에게 돌려줄 돈은 실제 그 절반인 315억에 불과하다. 국가는 매달 315억씩 1년이면 약 3,700억의 새로운 수익원이 생긴다. 그리고 요즘 금리에 매년 3700억씩 생긴다면 이자 놀이하기 딱 좋다.



그 이외에 사소한 현실


동네 어르신들이 컵을 주어와서 돈으로 바꿔달라고 하는 시나리오는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야기이다. 사실 이렇게 일회용 컵이 회수되는 것은 긍정적이고 의도한 일이지만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이들을 관리하고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우려가 크다. 예를 들어 반납한다고 가져온 일회용 컵이 이미 반납 완료 처리됐거나 에러가 난다면 상식적인 대응이 가능할까?


독일에서는 다사용 컵(리유저블 컵과 같은) 시스템을 구축했고, 다른 유럽 국가에서는 소비자 친화적인 정책(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을 만들고 있는데 이번 환경부의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는 허점투성이 너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목소리를 내기 힘든 소상공인에게 모든 부담을 주고 있으며 소비자에게도 일방적으로 비용을 부과하고 있다. 손 안 대고 코 풀려고 하다 보니 모든 스텝이 꼬이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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